이미지 인식 스타트업 <루닛>

루닛은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의료 영상 진단 서비스 기업이다. 카이스트에서 인공지능을 연구하던 대학원생들이 나와 세운 회사인 루닛은, 인공신경망 알고리즘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Q : 스타트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내가 처음으로 스타트업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02년도인데, 아는 형님의 스타트업에서 early stage 멤버로 활동했었다. 카이스트 최초의 학부생 스타트업이었는데, (비록 군대 때문에 오래 하진 못 했지만) 스타트업을 학부생 2학년 때 일찍 경험해 본 것이 지금 나한테 큰 영향을 끼친 것 같다. 특히, 어려운 스타트업, 기술 장벽이 있는 스타트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대학원에 들어갔다.

학부의 마지막을 전자과의 유회준 교수님 랩에서 이미지 프로세스(image process)에 관해 개별연구를 했고, 대학원도 그 쪽으로 진학했다. 하지만, 연구주제가 그 쪽으로 잡히지 않아서 내가 따로 팀을 꾸렸다. 대학원 연구는 연구대로 하면서 동시에 이미지 연구를 진행하였고, 그 와중에 일찍 딥러닝(deep learning)을 발견했다.

Q: 루닛의 발자취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처음 사람들을 모았을 때는 팀에 전문가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대학원을 졸업하고 이미지인식 분야로 창업하자’라는 목표를 세운 뒤, 5년정도 팀을 이끌면서 공부를 하고 졸업과 동시에 클디라는 회사를 2014년에 만들었다. 특별한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기 보단, ‘딥러닝 기술을 앞으로 1년간 더 디벨롭 시키겠다’라는 테마로 케이큐브벤쳐스에서 투자를 받았다. 이렇게 클디로 계속 딥러닝을 연구하다가 처음으로 정한 비즈니스 모델은 비슷한 옷을 찾아주는 패션인식 쪽이었다. 하지만, 패션산업에서 사람들이 옷을 구매할 때 원하는 paying point랑은 우리 기술이 잘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재작년 가을에 피봇팅(pivoting)을 했다. 딥러닝 기술을 제대로 쓸 수 있는 분야가 어디일까, 내부적으로 한참 토론한 결과, 최종적으로 의료분야로 결정했다. 컴퓨 컴퓨터 딥러닝이라는 것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을 인공지능 머신이 더 정확하게 판단하는 기술이다. 패션은 누구든 옷을 정확하게 인식하지만 의료진단은 그렇지 않다. 진단하는 과정이 일부만 체계화가 되어있을뿐더러 객관성도 떨어져 의사들마다 의견이 다르다. 우리는 딥러닝 기술이 의료진단을 다음 레벨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1년 정도 서울에 있는 여러 병원들이랑 프로젝트를 통해 성과를 인정받아서 다음 스테이지 투자를 받을 수 있었고 회사 이름도 루닛으로 바꿨다.

Q: 회사이름을 바꾼 이유는 무엇 인가요?

클디(Cldi)는 클라우드 디자이너스의 약자로 아무 생각 없이 지은 이름인데 외국 사람이 못 읽어서 비즈니스 모델을 변경한 김에 바꾸기로 했다. 루닛은 learning unit이라는 뜻이다. 환자의 데이터들(피검사, 의료영상 등)을 보고 실제 이 사람의 병명이나 앞으로 몇 년 살 것이라는 등의 결과를 러닝하는 유닛이 여러 분야에서(흉부, 유방, 뇌 등) 만들어 질 것이다 해서 루닛이라고 지었다.

Q: 사업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재정 상황이 제일 어려웠다. 루닛은 매출이 바로 나오는 기업이 아니다. 한국에서 투자를 받으려면 시장크기부터 시작해서 고객, 제품 가격, 판매 형태 등의 틀이 짜여져 있어야 한다. 하지만 당시 우리는 아직 연구하는 사람이 적은 좋은 기술을 우리가 발견한 것이니 너희가 투자해달라는 식으로 투자를 받으려 했다. 파운더인 우리가 십시일반으로 모은 적은 자본금을 깎아먹으면서 생존했는데 그게 정말 힘들었다. 사무실도 없고, 커피숍을 전전해가며 발표자료를 만들고, 발표해달라고 부르면 그곳에 가서 발표하고 투자받을 수 있을까 고민하고. 그런게 가장 힘들었다.

두번째는 사람확보이다.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 아니니 개발자를 뽑을 때, 매력적인 스토리로 개발자를 설득하여 섭외하기 쉽지 않았다. 보통 개발자라고 하면 서비스 앱 같은걸 생각하는데 우리가 실제로 하는 일은 내부에 딥러닝을 하는 툴 개발 같은 일들이라 생각이 맞는 개발자를 뽑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당시 뽑을 수 있는 스테이지에 대한 리서치도 없고, 딥러닝 전문가라는 것도 없는 것도 문제였다. 그래서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을 비싸게 데려오거나, 대학 졸업하시는 분을 미리 모셔오거나 했는데 타이밍이 맞는 분을 찾기가 힘들었다.

Q: 대표님의 경영 철학이라던가 동문들이 많아서 생기는 문화가 있나?

서로 필요이상으로 친하다. 우리 같은 회사는 이미 잘하는 사람을 데려와서 한다기 보다는 서로의 성장과정을 서로 지켜보는 문화가 있다. 이런 문화는 친밀함이 전제가 되지 않으면 서로가 서로의 성장을 기다려주지 못한다. 루닛은 같은 동아리에서 하자고 한 사람을 모은 영향으로 서로 매우 친했기에 서로의 성장을 기다려 줬고, 기다려준 만큼 성장했다.

Q: 엄청 친해서 실제로 문제를 겪은적이 있나?

다행히 착한 사람들만 모여서 서로 배려를 많이 한다. 서로 친한 것의 단점을 보자면, 단점이라기보다는 포텐션, 잠재적인 문제점들을 너무 친해서 이야기 못할 수 있다. 이건 니 책임이야 이런 이야기를 해야하는데 친하니까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 이미 친하고 다같이 잘되자는 전제하에 서로 비판하니까 이런 문제는 잘 피해간 것 같다. 친구끼리 창업했을 때 이런게 문제라고 보는데 중요하고 결정적 문제는 의도적으로 특별 관리했다.

Q 인턴을 채용하실 때 채용 기준은?

개발자 분들 중 머신 러닝을 배우고 싶어하시는 분들이 많이 오면 좋겠다. 이번에 모신 인턴분들도 그냥 개발만 관심 있는 분들보다는 다 인공지능 기술, 머신러닝, 딥러닝 쪽을 배우고 싶은 동기가 있으신 분들 위주로 뽑았다. 그런 쪽에 관심있으면 지원해라. 우리는 항상 열려있다.

Q: 10년 후에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기를 원하나요?

루닛에서 지원하는 방식이 의료진단에 있어서 스탠다드가 되었으면 좋겠다. 엑스레이가 공학의 산물이고 지금 이게 없으면 진단을 못하는 것처럼 우리 제품도 쓰이면 좋겠다. 우리는 아이디어를 숨기는 것이 아니라 논문을 쓰며 알리려 노력중이다. 이런 노력을 통해 의료학회에서도 루닛의 기술만을 다루는 업체들이 생기는 식으로 발전시키고 싶다. 의학이다 보니까 저널이나 백그라운드가 있어야 의사들이 의학적으로 이해하고 사용하려 하기에 학술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이를 통해 의학의 일부가 되는 것이 루닛의 꿈이다.

Q: 카이스트에서 창업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한다면요?

기술 창업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창업에 겁을 안 냈으면 좋겠다. 가망 없는 것은 안하는 것이 맞지만 하면 잘할 것 같은 사람들이 무슨 창업이냐 하면서 도전을 잘 못하는 사람을 많이 봤다. 외국에서 누가 몇백억 투자 받았다, 엘런 머스크 이야기들이 다른 사람 이야기 같지만 어차피 다 사람이 하는 거고 카이스트 정도면 수준이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겁먹지 않았으면 좋겠다. 객관적 시선에서 보았을 때 자신의 아이디어나 포지션이 굉장히 수준 높을 수 있다. 나도 내 앞가림 하기 바쁘지만 카이스트 후배들이 연락을 준다면 조언과 함께 최대한 도움을 주겠다. 그리고 선배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라. 10년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등의 이야기를 듣고 공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Q: 루닛이 어떻게 기술력과 어떻게 기술 개발을 하고 기술적인 디렉션을 어떻게 하였나?

기존에는 어떤 병변이 있으면 의사가 직접 바운더리를 정해주고 그 안은 병변, 나머지는 정상 이런 식으로 두 차이를 어떻게 구분할지 컴퓨터에게 물어봐서 인식하게 하였다. 하지만 루닛은 일일히 태깅, 어노테이션 받는 것을 생략한 기술이다. 좀 더 원론적으로 말하면 사람이 쳐준 것을 과연 신뢰할 수 있는가. 그래서 의사들이 배운 지식으로 쳐놓은 것을 이용하지 말고 순수하게 데이터만 가지고 만들어보자는 시도이다. 굉장히 큰 도전이지만 밀리언 달러 캠퍼니로 키우려면 이런 방식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데이터만으로 판별하자는 의사 결정을 하였고 1년 정도 고생끝에 X-RAY에서는 어느 정도 답을 찾았고 다른 방법들도 대입해보고 있다. 이 기술은 의사들이 쳐준 것을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비슷하게 만들어가니까, 의학교과서를 새로 쓰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Q: 처음 이미지 러닝 관련 인식 쪽에서 의료쪽을 선택할 때, 의료라는 것 자체에 대해 알기 어려움에서 걱정이 되거나 어려움은 없었나?

대학원 때 논문 하나만 보라고 선배가 줘도 일이주씩 걸렸는데, 이런걸 일년이 지나고 나면 하루에 논문 다섯편씩 볼 수 있게 된다. 이런 경험을 해보고 나니 의학을 할 때도 심리적 저항은 별로 없었다. 아 그냥 하면 된다 하는게 있어서 대학원 때랑 비슷하게 했다. 논문 찾고 텍스트 보면서 중요한 것은 본질을 빨리 파악하는 것이다. 세부적인 것들이 아니라 왜 얘가 이런 식으로 만들어졌고 왜 이런걸 하는지 잘 생각해보면 자세한 것은 몰라도 탑다운 방식으로 많이 커버가 가능하다. 충분히 열심히 하면 새로 공부하지 못하는 분야라는 게 많지 않다.

Q: 대학원 생활과 스타트업에서 연구를 하는 것과의 차이점은 어떤 부분이 있나요?

연구 관점에서는 회사마다 다르다. 우리 회사의 경우에는 연구 주제를 우리가 선택하는 가장 이상적인 대학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실제 대학원에서는 연구 주제 선택을 학생이 하기 어렵다. 교수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정하고, 랩에 펀딩을 준 주체가 원하는 연구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에서 우리 회사 연구원들이 더 즐겁게 연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학원생들은 연구 말고도 할 것이 많다. 조교도 하고, 랩에서 하는 행사 준비 등 여러 일을 하는데 우리는 연구만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출퇴근 마음대로, 최고의 장비 등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해준다. 회사에 와서 논문 보고 실험 보고 논문 쓰고 그것만 할 수 있다. 그래서 나에게는 루닛이 최고의 환경이라 생각한다.